💜김하경 사서가 사랑하는 첫번째 시💜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구인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살을 우울이라 할 때도 구름을 오해라 해야 할 때도 그리고 어둠을 어둡지 않다 말할 때도 첫눈이었다 그걸 뭉쳐 고이 방안에 두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허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허락된 의미였으니까 저기 풀풀 날리는 공중은 형식을 갖지 않았으니 당신은 첫눈입니까 기억 속에 아슴푸레하게 남은 이들이 있습니다. 분명 어디선가 무엇을 함께 했거나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 충만했던 순간을 공유한 사람일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고,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상투적인 말을 곱씹으면서, 곁에 없는 이를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불러봅니다. 당신, 하고요. “부질없는 것”이란 자조가 아니면 결코 견딜 수 없을 안타까움입니다. 그런 것 있잖습니까. 놓쳐버린 행운 혹은 기회를 떠나보내며, 그거 다 별것도 아닌데, 하고 미련의 대상을 어떻게든 격하시켜 매몰차게 잊어보려는 마음 말이에요. “종내 글썽이는 마음”이 저에게는 ‘차마 스쳐 보내지 못한 마음’으로 읽힙니다.